바질은 이탈리아 요리에 빠지지 않는 향 허브지만, 한국 아파트에서는 오래 두고 보는 관엽식물이 아니라 봄에 들여 가을에 보내는 한 철 작물에 가깝습니다. 광량과 수분을 모두 넉넉히 요구해 손이 더 가지만, 조건이 맞으면 잎이 빠르게 풍성해집니다. 그래서 햇빛 자리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.
우리 집 어디에 둘까
바질은 빛을 많이 요구합니다. 하루 4~5시간의 직사광이 필요하고, 빛이 부족하면 잎이 노래지고 향이 옅어집니다. 남향이나 동남향 창가, 빛이 잘 드는 베란다 안쪽이 1순위입니다. 다만 한여름 오후의 강한 직사광은 작은 화분에서 잎을 태울 수 있어, 오전 햇빛이 길게 드는 자리가 가장 좋습니다.
화분은 책상이나 창턱에 올릴 작은 규모면 충분합니다. 주방 창가처럼 손이 자주 가는 곳에 두면 잎을 따 쓰기 편합니다.
물주기와 계절 관리
물은 표토가 1cm가량 말랐을 때 즉시 듬뿍 줍니다. 잎이 축 늘어지면 물 부족 신호이니 그 전에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. 적정 온도는 20~28℃이며 15℃ 이하에서는 생장이 멈추고, 습도는 50~60%가 알맞습니다.
여름에는 베란다가 과열돼 작은 화분일수록 흙이 빠르게 마릅니다. 오전에 흙 전체를 충분히 적시고 오후 직사광은 피해 주세요. 바질은 1년생이라 가을이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시듭니다. 이는 병이 아니라 한살이의 끝이며, 봄에 새 모종이나 씨앗으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.
흔한 실패와 회복
여름에 보라색 꽃봉오리가 달린 꽃대가 올라오면 잎 생산이 멈추면서 향이 옅어지고 잎이 단단해집니다. 꽃대는 보이는 즉시 잘라 내고 윗가지를 정기적으로 따 주면 향이 돌아오고 잎도 늘어납니다.
가을 밤의 냉기는 바질에 치명적입니다. 10월 첫 새벽 5℃에 노출되면 잎 전체가 검게 시들고, 잎이 젖은 채 찬 밤을 보내면 검은 반점이 번져 아래 잎부터 떨어집니다. 반점 잎은 떼어 내고, 밤에는 18℃ 이상 실내로 들이며, 물은 오전에 흙에만 주고 통풍을 확보하세요.
여름 오후 직사광 뒤 잎이 처지고 끝이 갈색으로 마르는 것은 작은 화분의 고온 건조 탓입니다. 오전 햇빛 자리로 옮기고 흙을 충분히 적신 뒤, 큰 화분과 규칙적인 수확으로 뿌리 마름과 꽃대를 함께 줄여 주세요.
분갈이·흙·번식
배수가 잘 되면서도 수분을 어느 정도 머금는 흙이 적합합니다. 모종을 작은 포트째 두기보다 조금 큰 화분에 옮겨 심으면 뿌리 마름이 느려져 여름 관리가 수월합니다. 1년생이라 분갈이 주기는 따로 없고, 봄마다 새 모종이나 씨앗으로 갱신합니다.
